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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 Good

 최근에 팀장님이 L사의 프로젝트에 투입되셨다. 거의 매일 야근에 주말 출근도 강제하는 상황. 이 바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상황인데 나 개인적으로는 그런 상황을 많이 안 겪지 않은 특이한 케이스인데, 팀장님이 "넌 참 운빨이 좋아" 라고 하신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L사가 S사를 이기기 힘든 이유를 적고 싶어서다. 여러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술력, 마케팅 능력등 다양한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나는 좀 다른 면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 한다.

회사마다 업무 처리 시스템을 뜻하는 ERP를 가지고 있다. S사는 SAP를 사용하고, L사는 오라클을 사용한다. 오라클의 ERP를 내가 직접 겪어 보지 않아서 자세히 이야기 하기 힘든데 전반적인 평가는 SAP보다는 한 수 아래로 많이들 이야기 한다. 포항제철도 오라클을 사용하는데 대표적으로 망한 프로젝트로 이야기 한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오라클로 구축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SAP로 바꾼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데, 실제로 실행 될지는 미지수.

머..여튼...L사가 오라클을 쓰기 때문에 안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단 저런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휴대폰 사진을 보면 결국 내가 문제라는 걸 알듯이 도구만에 문제는 아니다.)

S사의 법인은 엄청나게 많다. 생산법인, 물류법인, 판매법인 갯수만 따져도 상상 초월이다. 예전에는 각 법인 별로 시스템을 구축해서 사용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해외로 나가서 프로젝트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되면 엄청나게 비효율적인게 비용도 많이 들고 데이터를 통합해서 보기가 매우 힘들다. 각 시스템 별로 통합 뷰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보내면 그 데이터를 가지고 재작업을 한다. 비용과 인력이 많이 들어간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오류 가능성이 높다. 이걸 2008년부터 진행된 글로벌 ERP 프로젝트를 통해서 하나로 통합해버렸다. 근 5년간 프로젝트를 하면서 엄청난 인력과 돈이 투자되었고 덕분에 2-3일만에 결산을 할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옛날 기사에서 1조원이 투입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로 그정도 들었을 것이다. 쉽지 않은 의사 결정인데 S사니까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서 추진했다. 당시에 일했던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9시 이전에는 퇴근도 못하고 24시간 모니터링 팀도 있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다. 지금은 안정화되서 저런 일은 없지만..

팀장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L사도 SAP를 도입하기 위해 일부 사업부를 SAP로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일부 구축 후 전사로 확대할 생각이라는데 이게 GSI(S사 처럼 하나로 통합)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2-3년 안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 같은데 그건 그때 봐야 알 것 같다.

회사마다 업무 목적에 따라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해서 활용하는데 S사는 한 곳에서 통합해서 관리하다 보니 각 사업부 별, 법인 별로 자체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에 L사는 매우 다양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80개가 넘는 다는데... 문제는 코드 체계도 시스템 별로 다르단다. A라는 제품 코드가 어느 시스템에서는 코드가 1234인데 다른 시스템에서는 4321이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이걸 관리 하기가 매우 엿같은 상황이 된다. 이런 데이터를 통합해서 볼려면 굉장한 수작업이 필요하다. 인력으로 다 때우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물리적인 시스템이 많다 보니 시스템 관리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매달 있는 결산 때 많은 사람들이 힘들 것이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고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GSI 방식으로 통합해서 비용도 줄이고 업무 처리에 효율성을 높이려고 한다.

S사는 빅뱅방식(전체 시스템을 특정일에 완전히 다른 것으로 전환하는 방식)인데 반해 L사는 단계적으로 하려는 것 같다. 단계적인 방식이 안정적일 것 같지만 사실 이 기간 동안 기존 시스템도 같이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일이 두배로 늘어난다. 게다가 일부 프로세스만 그렇게 하고 있으니 헬게이트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일부 프로세스에 대해 데이터를 본다고 해도 사실 모든 데이터들이 연결되어 있는데 한 시스템에서 가져오는게 아닌 거의 모든 시스템을 연결해서 가져와야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저렇게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나서 전사로 확장할 텐데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다른 프로세스가 들어오면서 이전에 없던 경우가 생길텐데 기존 것을 손을 대야하는데 결국 설계 변경이 일어난다. 일부 수정해서 할 수 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새로 만드는게 나으니까.

만약에 전체 시스템을 SAP로 이전한다고 하자. 새로 인스톨만 안 할 뿐이지 전체적인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것이다. 결국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간다. 단계적인 구축도 나름 장점이 있겠지만 이 경우는 장점을 찾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머 이건 미래에 이야기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자.

다양한 목적별 시스템이 존재하고 그걸 각기 다른 사람들이 다르게 보고 있다. A라는 시스템에서 코드를 바꾸면 모든 시스템에도 동일하게 코드를 바꿔야 할텐데...그게 쉽지 않을거고 이걸 다 인력으로 커버하는게 문제다.(이런 문제를 커버하기 위해 MDM 솔루션을 사용하는데 이게 제대로 동작하는지도 의문이라고 한다.) SAP를 쓰든 오라클을 쓰든 저렇게 시스템이 남발 되어 있는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게 만든 내부적인 문제가 문제다.

저런 일이 일어나는 건 내부적인 관리 체계가 스마트 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시스템 때문에 사내 정치도 심해진다. 시스템을 자신의 성과로 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둔갑된 또 다른 시스템이 계속 생겨난다. 모습은 다른데 알고 보니 하는 일은 똑같다. 또 다시 일이 늘어난다. 이런 일은 많은 기업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비단 위에 언급한 회사만 그런건 아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좀 많이 심한 것 같다.

일전에 회장님에게 드리는 편지로 유명했던 분이 있다. 퇴사하면서 회사에 문제점들이 있으니 이걸 좀 고쳤으면 하는 마음에 블로그 포스팅을 했는데 그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난 팀장님이 하신 말씀을 들으면서 그 블로그 내용이 생각났다. 보안 프로그램과 영어로만 하는 회의등과 더불어 이번에 들은 이야기까지.. 몇가지 생각나는게 있었다. 그래서 적었는데 꽤나 길어졌다.

이걸로 회사의 경쟁력을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유추해 볼 단서가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산되는 제품으로만 판단 할 수 밖에 없다. A/S도 두 회사 모두 편하고, 제품도 뛰어나다. 그런데 내부는 좀 다르다. 그 차이가 이와 같은 마켓 쉐어 차이를 가져온다고 하기는 무리다. 그래도 일정 부분 작용 했을 것이다.

PS. 위에 이야기는 소설에 가깝다. 어디까지나 몇가지 단서를 통해서 유추해 본 것이니 그냥 재미로 읽어 보자... 아..그런데 재미가 없을꺼 같다...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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