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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니스의 상인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 셰익스피어 원작의 이 작품은 2004년 영화로 나왔다. 내용이야 다들 아는 바이고(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살점을 잘라내려한 이야기), 베사니오가 구혼을 하는 내용은 영화를 봐서야 알았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명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알 파치노만가 풍기는 카리스마, 건조하면서도 냉정한 대사, 그 뒤에 숨겨진 감정들, 다른 연기자들도 훌륭한 연기를 펼쳤고, 그 만큼 잘 만든 영화이다. 그런데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안토니오, 베사니오, 포시아의 이야기였다. 




 우선 베사니오는 빚쟁이 귀족으로 나온다. 그런데 또 다시 빚을 내어 포시아에게 구혼을 하러 간다. 도데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야기 상으로는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하지만 전혀 운명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돈 많은 여자와 결혼하려고 하는 한 빚쟁이 귀족처럼 느껴졌다. 물론 내용상 그렇게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흥청망청 자신의 재산을 탕진한 그는 결코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안토니오는 베사니오를 바라보는 눈빛이 그저 친구로만 보여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보면 동성애적인 코드가 있다고 느낀 사람들도 꽤 있다. 나 또한 그랬고 베사니오의 다른 친구들과 안토니오는 좀 다른 느낌으로 베사니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로 그런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그런 느낌의 눈빛이었다. 안토니오를 연기한 제레미 아이언스는 그것을 염두하고 연기를 한 것일까?   



 포시아는 베사니오가 퀴즈를 풀어서 결혼을 한다. 처음보는 사람인데 그렇게 사랑을 느끼고 결혼을 하는데 아무 거리낌도 없다니.. 포시아는 그 유명한 재판에서 "1파운드의 살점을 가져가도록 하되, 단 한 방울의 피도 가져가지도 못하며, 그 무게가 정확히 1 파운드여야하며, 실오라기 하나의 무게라도 더 많으면 안된다" 라고 판결을 하면서, 베사니오와 안토니오를 도와준다. 포시아는 변장을 하고 그들을 도와주고, 안토니오와 베사니오는 그(그녀)에게 고마움의 표시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자 포시아는 사랑의 징표로 준 반지를 요구한다. 베사니오는 자신의 약혼녀인 줄 모르고, 주저하지만 안토니오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에게 감사의 표시로 주고만다. 베사니오는 포시아의 집으로 돌아오고, 포시아는 반지가 없어진 그를 질책하면서 파혼을 이야기한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베사니오와 포시아는 파혼을 하지 않고, 앞으로 그녀의 반지를 잘 간수하겠노라고 한다. 왜 자신의 남편에게 그런식으로 시험을 하는가. 베사니오에겐 반지를 지키지 못할만한 명분이 있었다. 그런걸 알면서도 그런식으로 놀렸다.난 포시아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혜롭지만, 짖꿎은 그녀를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적은 이 불편한 내용은 16세기 이탈리아의 시대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의 관점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모르고 위의 내용을 적었다고 볼 수도 있다. (당연히 21세기와 16세기, 게다가 나라도 전혀 다른데 문화적인 차이가 엄청나겠지...) 그래도 엄청난 빚을 가진 베사니오가 남자로써 멋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없지 않나?